안녕하세요. 군수님.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국에 신경쓰실 것도 많으실 텐데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또 무더위에 고생하시는 고성군 공무원분들께도 힘내시라는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건축일을 하다보니 여러 도시들을 다니게 됩니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것이 구도시와 신도시를 가보면 그 격차가 상당하다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이유가, 신도시는 전선과 전봇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깨끗하고 쾌적한 인도와 하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구도시도 아닌 겨우 군소지역에 불과한 고성을 와보면 도심지는 물론이거니와 그 외곽이나 촌자락에까지 어디 가릴 것 없이 마구잡이식 전봇대가 난립하고, 정리 정렬이라고 찾아볼 수 없을 정만큼 사람, 건물, 도로 전후좌우로 널뛰기하듯 얽힌 전선과 전봇대들로 인해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인도에 빼곡한 전봇대만 해도 번찬데 하나 건너 하나씩 각종 도로표지판까지 콩나물 시루처럼 심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각종 전봇대, 각종 도로표지판에 가려 인도에 사람이 지나가는지 알 수 조차 없고,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이 끊겨 있고, 어디서 사람이 튀어나오는지 상황판단조차 할 수 없게 도시계획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은 마음의 평안을 얻기보다 알게 모르게 심미적으로 불안감을 누적시키고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괴롭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인간은 시각적 동물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디테일이 그 도시의 가치와 수준을 말해줍니다.

수도권 땅값 높고 잘 나가간다는 도시를 한번 찾아보십시오. 이런 작은 차이가 큰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개발이 안 된, 깨끗한 뷰를 간직한 군소지역이 훨씬 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적으로나 관광자원으로나 스마트 시티로써 발달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그런 곳은 사실상 재개발이 필요없을 정도로 도시 계획만 잘 세우면 훨씬 낮은 비용으로도 그 가치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본 고성은 높은 산자락에 등반하지 않는 이상, 어느 지역 어디를 봐도 좋은 뷰가 나오는 곳이 하나도 안 보입니다. 각종 전봇대와 전선들로 다 가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스타그램에 올라갈 핵인싸가 되기 어려운 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성이 알려지기 위해서는 이런 디테일을 잘 살려야 합니다. 핵인싸가 되기 좋은 그림 그런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고성은 이미 들어선 곳도 엉망이지만, 앞으로 이걸 개선하려고 하면 재개발 아니고는 답이 안 나오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제는 전봇대 때문에 인도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전봇대 때문에 골목앞 주차공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더 복잡해지기 전에 시범사업등으로 예산을 따내, 전봇대 없는 사회, 전선과 전선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고성으로 도시계획에 꼭 반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도시계획을 세울 때는 전원주택 단지가 조성되는 데 있거나 새롭게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있다면 공짜로 전봇대 세워주지 마세요. 무조건 지중화로 가게끔 행정으로 유도해주세요. 겨우 220v 간선이 들어간 곳조차 전봇대를 세우면 그때는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땅의 가치는 결국 사람이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자연과 어우러지고, 좀 더 정돈되고 정갈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더 높은 가치를 누리는 고성이 될 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이런 꿈이 이루지길 바라며, 하시는 일 무탈하게 잘 되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귀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귀하께서 요청하신 전선 지중화와 관련하여 우리군에서는 도심 경관 개선 및 태풍 등 재해예방을 위해 고성읍 내 학교주변 통학로 및 지중화 필요성이 높은 구간을 선정하여 2022년 국비 지원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며,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전선 지중화 사업을 계획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군정 발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